수도권 교통난 해소의 핵심 퍼즐인 제2순환고속도로가 유독 한 곳에서 꽉 막혀 있다. 국토교통부와 인천시에 따르면, 전체 13개 사업 구간 중 유일하게 첫 삽조차 뜨지 못한 곳이 바로 인천~안산(19.8㎞) 고속도로다. 사전 행정절차만 기약 없이 길어지면서 현장의 답답함은 커져만 간다. 그나마 모든 행정적 톱니바퀴가 순탄하게 맞물려 돌아가야 1구간(시화나래IC~남송도IC, 8.4㎞)이 2035년쯤 간신히 뚫릴 전망이다. 나머지 2구간(남송도IC~인천남항, 11.4㎞)은 아예 언제 개통될지 가늠하는 것조차 버거운 상태다.
도로의 시계는 멈췄지만, 자동차의 진화는 가속 페달을 밟는다
인프라 확충이 행정의 늪에 빠져 지지부진한 사이, 정작 꽉 막힌 도로 위를 달릴 자동차들은 무서운 속도로 진화하며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특히 중국 최대 전기차 브랜드 BYD의 한국 시장 공세가 매섭다. 2025년 1월 순수 전기차 ‘아토 3(Atto 3)’를 앞세워 한국에 상륙한 지 불과 1년 남짓 만에 누적 판매량 1만 대를 가뿐히 넘겼다. 수입차 브랜드 중 단연 돋보이는 속도전이다. 이제 이들은 전기차 시장에서의 돌풍을 넘어, 현대차·기아와 일본 브랜드들이 꽉 쥐고 있는 하이브리드 안방 시장까지 정조준하고 나섰다.
당장 이달 말 개막하는 2026 부산모빌리티쇼(6월 26일~7월 5일) 무대에서 그 구체적인 무기가 베일을 벗는다. 업계가 지목하는 모델은 콤팩트 SUV인 ‘씰리온 6 DM-i(Sealion 6 DM-i)’. BYD 코리아는 최근 서울에서 브리핑을 열고 자사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기술인 ‘DM-i(Dual Mode Intelligent)’를 선공개하며 출사표를 던졌다. 켈빈 라이 BYD 아태지역 승용차 사업부 제품 전략 부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이 차세대 시스템의 본질은 이른바 ‘전기 중심의 하이브리드(electric-first hybrid)’에 있다.
내연기관의 보조가 아닌, 전기모터의 주도권
우리가 흔히 접해온 기존 하이브리드 차량은 여전히 가솔린 엔진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 반면 DM-i는 엔진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전기모터가 일상 주행의 80% 이상을 전담하도록 설계됐다. 하이브리드 전용으로 개발된 1.5리터 터보차저 샤오윈(Xiaoyun) 엔진에 EHS(전기 하이브리드 시스템)와 BYD의 자랑인 블레이드 배터리가 결합해 동력의 전환을 매끄럽게 조율하는 방식이다. 심정호 BYD 코리아 상품기획팀장은 “국내 소비자들이 익히 경험해 온 독일계 PHEV 모델들은 주로 엔진이 끌고 모터가 거드는 구조였다면, DM-i는 그 반대”라며 모터가 추진력의 핵심임을 분명히 했다.
이런 ‘전기 우선’ 방식은 도심의 막히는 출퇴근길에서는 완벽한 전기차처럼 매연 없이 조용하게 움직이고, 장거리 주행 시에는 엔진을 깨워 효율을 극대화한다. 18.3kWh 배터리를 얹은 해외 사양 기준으로 순수 전기 모드로만 70km 이상을 달릴 수 있으며, 배터리와 연료를 꽉 채우면 최대 1,080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18kW급 급속 충전을 지원해 30분 남짓이면 배터리를 30%에서 80%까지 채울 수 있다는 점도 꽤 매력적인 실용 포인트다.
라이 부사장의 말처럼, 치솟는 기름값과 내연기관차 특유의 유지비에 지친 소비자들에게 이는 분명 꽤나 솔깃해질 만한 새로운 모빌리티 선택지다. 우리가 매일 오가는 도로는 여전히 정체되어 있고 새로운 고속도로는 10년 뒤에나 열리겠지만, 그 위를 달리는 자동차들의 심장 싸움은 이미 다음 챕터로 넘어갔다. 기존 시장의 강자들이 이 대륙의 이질적이고도 공격적인 하이브리드 공습에 어떻게 방어선을 구축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