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70년 만에 최저치 추락… 꺾이지 않는 휘발유 가격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전 갤런당 2.98달러 수준이었던 휘발유 가격은 메모리얼 데이 연휴 이후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전국 평균은 여전히 4.43달러라는 부담스러운 수치에 머물러 있다. 미국 전역의 소비자들은 그야말로 숨이 막힐 지경이다. 지난달 인플레이션은 이미 3년 만에 최고치를 뚫어버렸다. 5월에 진행된 두 건의 설문조사 결과는 사람들의 재정적 불안감을 여실히 보여주는데, 그중 하나는 전국 소비자 심리지수가 역사상 최저치로 추락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건 이런 팍팍한 실물 경제와 묘하게 엇박자를 내는 시장의 반응이다. 금요일 아시아 증시는 급등했고 유가는 한풀 꺾였다. 미국과 이란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목줄을 죄고 있는 이 전쟁을 끝낼 합의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막연한 낙관론 덕분이다. 양국 간의 무력 충돌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란 남부 국경을 따라 이어지는 핵심 해상 교통로를 재개방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는 소식에 유가와 주가는 요동쳤다.

하지만 현실은 지독하게 차갑다. 불과 며칠 새 양국은 두 차례나 노골적인 적대행위를 주고받았다. 이란은 수요일 미국의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미군 기지를 표적으로 삼았다고 밝혔고, 미 당국자 역시 수요일 격추한 네 대의 이란 드론이 지역 내 미군과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소수의 상선에 심각한 위협이었다고 발표했다.

지금 시장에 번진 휴전 기대감은 어쩌면 시한폭탄을 앞둔 현실 부정에 가까울지 모른다. 엑손모빌은 향후 몇 주 안에 원유 재고가 기록적인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가격 폭등과 수요 파괴(demand destruction)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 번스타인 콘퍼런스에서 닐 채프먼 엑손모빌 수석 부사장이 던진 메시지는 꽤나 직설적이었다. 그는 “우리는 지금껏 들어본 적 없는 수준의 재고 바닥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진짜 끔찍하게 낮은 수준 말입니다”라고 꼬집었다.

그의 시각에서 그 시점이 2주 후가 될지 3주 후가 될지는 큰 의미가 없다. 마지노선을 넘는 순간 유가는 걷잡을 수 없이 튀어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실물 브렌트유(physical Brent oil cargoes) 가격은 향후 몇 주 내 재고가 바닥을 칠 때 배럴당 150달러에서 160달러 선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가격이 특정 임계점을 넘어가면 결국 수요 자체가 붕괴해 억지로 시장 균형이 맞춰지는 폭력적인 조정기를 거치게 된다.

현재 7월물 브렌트유 선물은 미국과 이란의 타협안이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어줄 거란 투자자들의 미련 섞인 기대감 속에 94달러 밑에서 마감됐다.

그러나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훨씬 비관적이다. 이란의 해협 봉쇄로 지금까지 시장에서 증발한 원유만 10억 배럴이 넘는다.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최악의 공급 차질이다. IEA 회원국들이 충격 완화를 위해 4억 배럴이라는 기록적인 비축유 방출에 합의했고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버텨왔지만,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업계 임원들은 지난 두 달 내내 원유 선물 시장이 중동 전쟁으로 촉발된 공급 차질의 진짜 규모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아왔다. 최소 재고량, 즉 역대 최저 재고 수준에 도달하고 나면 갈 수 있는 방향은 단 하나뿐이다. 피할 수 없는 그 궤도가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