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는 22일, 일본의 주력 슈퍼컴퓨터 ‘후가쿠(富岳)’의 후속기 개발에 미국 반도체 대기업 엔비디아가 참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양측은 인공지능(AI)용 그래픽 처리 장치(GPU)를 공동으로 개발할 예정이며, 해외 기업이 일본의 주력 슈퍼컴퓨터 개발에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미일 양국의 최첨단 기술을 집약하여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갖춘 슈퍼컴퓨터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개발 체계와 각 사의 역할
후속기의 개발 코드명은 ‘후가쿠 넥스트(Fugaku NEXT)’로, 이미 후지쯔의 개발 참여가 결정된 바 있습니다. 후지쯔는 시스템 전체의 기본 설계를 담당하며, 슈퍼컴퓨터의 두뇌에 해당하는 중앙 처리 장치(CPU)를 새롭게 개발할 예정입니다. 이화학연구소를 개발 주체로 하여 후지쯔, 엔비디아가 참여하는 국제 협력 체계를 통해 기본 및 상세 설계를 진행하며, 2030년경 운용 개시를 목표로 합니다.
22일 기자회견에서 이화학연구소 계산과학연구센터의 마츠오카 사토시 센터장은 “후지쯔, 엔비디아와 함께 AI 시대 세계 최고의 CPU와 GPU를 설계하고, ‘후가쿠 넥스트’ 개발을 통해 일본이 AI 선진국으로서 확고한 지위를 세계에 확립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성능 목표: AI와 시뮬레이션의 융합
‘후가쿠’는 CPU 내부에 AI 성능 향상 기능을 갖추었으나 GPU를 탑재하지는 않았습니다. 반면 GPU는 AI 연산에 매우 적합하여, 미국을 중심으로 한 최첨단 슈퍼컴퓨터들은 GPU를 활용해 AI 성능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후가쿠 넥스트’ 역시 엔비디아의 GPU를 가속기로 탑재하여 시뮬레이션과 AI 애플리케이션 양쪽의 실행 성능을 최대화할 계획입니다.
AI 연산 능력은 이론상 성능(피크 성능) 기준으로 초당 100해(垓, 1해는 1조의 1억 배) 회의 연산을 처리할 수 있는 ‘제타(Zetta)급’ 달성을 목표로 합니다. 또한, 고도의 시뮬레이션 연산 능력도 ‘후가쿠’ 대비 5배에서 10배 이상으로 향상시킬 계획입니다. 이처럼 ‘후가쿠 넥스트’는 기존 슈퍼컴퓨터가 추구해 온 시뮬레이션 성능뿐만 아니라, AI 성능까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양자가 긴밀하게 연계되는 ‘AI-HPC 플랫폼’을 지향합니다.
글로벌 경쟁과 기대 효과
전 세계적으로 AI를 활용해 과학 연구를 가속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으며, 특히 미국과 중국은 차세대 고성능 슈퍼컴퓨터 개발을 가속하며 국제 경쟁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 모두 AI 처리를 중시하는 설계를 채택하고 있으며, 일본 또한 ‘후가쿠 넥스트’를 통해 세계 정상급의 기술력을 확보하고자 합니다.
엔비디아의 이안 벅 부사장은 “엔비디아의 기술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과학자들이 가능성의 한계를 넓힐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차세대 과학적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화학연구소는 ‘후가쿠 넥스트’가 신약 개발 연구, 배터리와 같은 신소재 개발, 고정밀 기상 예측 시스템 구축 등 폭넓은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시장의 긍정적 반응
이번 발표에 힘입어 후지쯔(종목코드: 6702)의 주가는 급등하며 연초래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22일 오후, 주가는 전일 대비 53엔(1.5%) 상승한 3608엔에 거래되며 2000년 6월 이후 약 25년 만의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후가쿠 넥스트’ 개발 참여가 미래 수익에 기여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