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차 3대 중 1대… 기술의 진화와 금융 문턱의 완화

국내 자동차 시장의 판도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바야흐로 ‘하이브리드 전성시대’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28만 3,642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5%나 급증했다. 신차 판매 시장에서 하이브리드가 차지하는 비중 또한 34%까지 치솟았다. 도로 위를 달리는 신차 3대 중 1대는 하이브리드라는 이야기다. 이제 소비자들에게 ‘하이브리드’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은 차량은 관심 밖으로 밀려날 정도로 시장의 중심축이 이동했다.

다변화되는 하이브리드 기술: 풀 하이브리드부터 마일드까지

하이브리드(Hybrid)는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결합한 ‘혼종’을 의미하지만, 최근 시장에 출시되는 차량들은 그 종류가 훨씬 세분화되었다. 크게는 모터가 주행에 적극 개입하는 ‘풀 하이브리드’와 엔진을 보조하는 역할에 그치는 ‘마일드 하이브리드’로 나뉜다.

한국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단연 풀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현대차와 기아, 그리고 원조 격인 도요타가 이끌고 있는 이 방식은 저속 주행 시 엔진 구동 없이 모터만으로 주행이 가능해 연료 효율이 탁월하다. 특히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올 상반기에만 3만 6,742대가 팔리며 전체 쏘렌토 판매량의 72%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KG모빌리티 역시 ‘충전이 필요 없는 전기차’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액티언 하이브리드를 출시, 한 달 만에 1,000대 넘는 판매고를 올리며 이 대열에 합류했다.

반면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아우디가 선보인 신형 A5와 Q5는 디젤 모델 최초로 ‘마일드 하이브리드 플러스’ 기술을 적용했다. 이는 기존 마일드 하이브리드보다 모터의 개입 비중을 높여 디젤차 특유의 소음과 진동을 잡으면서도 강력한 힘을 유지한 것이 특징이다. 푸조 또한 도심 저속 주행 능력을 강화한 ‘308 스마트 하이브리드’를 내놓으며 기술 경쟁에 불을 지폈다.

압도적인 연비 효율과 시장의 선택

다양한 방식의 하이브리드가 공존하지만, ‘연비’라는 절대적인 기준 앞에서는 여전히 풀 하이브리드가 강세다. 한국에너지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작년 기준 국내 판매 하이브리드 차량 중 연비 1위는 현대차 아반떼(21.1km/L)가 차지했다. 그 뒤를 도요타 프리우스와 기아 니로가 바짝 쫓고 있다. 주목할 점은 연비 상위 10개 모델이 모두 풀 하이브리드 방식이라는 점이며, 현대차와 기아가 그중 7개 순위를 휩쓸며 국산차의 저력을 과시했다.

청신호 켜진 자동차 금융 시장: 대출 승인율 상승세

소비자들이 매력적인 신차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 것과 맞물려, 차량 구매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 환경 또한 2025년 하반기에 들어서며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2025년 11월 기준 딜러트랙(Dealertrack) 신용 가용성 지수는 99.1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자동차 금융 시장의 돈맥경화가 풀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지표는 자동차 대출 승인율이다. 11월 승인율은 73.6%로 전월 대비 1.6%포인트 상승했으며, 이는 전년 동월과 비교해도 1.0%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지난 두 달간의 하락세를 딛고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대출 금리 하락과도 연관이 있다. 평균 계약 금리는 11%에서 10.5%로 낮아졌고, 수익률 스프레드 또한 축소되면서 전반적인 자금 조달 비용이 줄어들었다. 이는 캡티브(전속) 금융사들이 시장을 주도하며 신용 문턱을 낮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리스크 관리 속 균형 찾는 금융권

금융 접근성은 개선되었지만, 대출 기관들의 리스크 관리는 더욱 정교해졌다. 신용도가 낮은 서브프라임 차주에 대한 대출 비중은 15.1%에서 14.3%로 소폭 감소했다. 또한, 72개월 이상의 장기 대출 비중을 줄이고 계약금을 소폭 상향 조정하는 등 건전성 확보를 위한 움직임도 감지된다.

결과적으로 현재 자동차 시장은 제품 측면에서는 하이브리드 기술의 진화가 소비자의 선택지를 넓히고 있으며, 금융 측면에서는 대출 승인율 상승과 금리 인하가 구매력을 뒷받침하는 모양새다. 신차와 중고차 시장 전반에 걸쳐 자금 융통이 원활해지고 있는 만큼, 효율성 높은 하이브리드 차량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