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자, 팟캐스트로 영상 전성 시대를 뚫다
방송기자, 팟캐스트로 영상 전성 시대를 뚫다
  • 정지나 기자
  • 승인 2019.03.30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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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저널리즘어워드 수상자 인터뷰] 오디오저널리즘 부문 SBS 골라듣는뉴스룸 이현식부장

지상파 메인 뉴스에서 기자들은 시청자들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소식을 신뢰감 있게 전달한다. 그러나 시간과 형식의 속박으로 정제되고 압축된 리포트 외에 다양한 시각과 관점을 나누기 위해서는 뉴스 밖으로 나와야 한다는 갈증이 있었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그 갈증을 해소하고자 SBS 팟캐스트 '골라듣는 뉴스룸'이 탄생했다.   

출범 당시엔 8뉴스 스튜디오 옆에 딸린 골방같은 작은 대기실에서 녹음을 했다. 팟캐스트 네이밍을 '골라듣는 뉴스룸', 줄여서 '골룸'이라고 한 것도 이같은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 SBS 보도본부 이현식 부장은 "그 골방의 속닥한 느낌이 지상파 뉴스와는 다른 팟캐스트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 한몫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탄생한 골룸은 지금은 번듯한 별도의 스튜디오를 마련해 녹음하고 있다. 골룸 기획부터 현재의 모습이 되기까지 이현식 부장에게 궁금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현식 SBS 보도본부 기자가 지난해 12월 제7회 온라인저널리즘어워드에서 오디오 저널리즘 부문을 수상하고 소감을 전하고 있다./협회보
이현식 SBS 보도본부 기자가 지난해 12월 제7회 온라인저널리즘어워드에서 오디오 저널리즘 부문을 수상하고 소감을 전하고 있다./협회보

-골룸 기획의도는? 왜 팟캐스트인가. 
방송기자들이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갈증을 풀기 위한 시도였다. 지상파 방송뉴스는 정해진 길이의 프로그램 안에 ‘시청자 관심의 최대공약수’에 해당하는 몇몇 소재만 뽑아서 제작할 수 밖에 없다. 시간도 정해져 있고, 기사도 최대한 정제, 압축해서 써야하고, 자기 의견도 드러내기 어렵고. 그래서 방송기자들은 늘 어떤 갈증을 품고 있다. 설명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소재, 다양한 관점으로 충분히 이야기해야 하는 소재를 시간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얘기하고 싶다는 욕구가 조직 내부에 있었다. 그러다가 2015년 봄에 당시 뉴미디어에 관심이 많거나, 뉴미디어 담당부서에 근무하던 몇몇 기자들이 “우리, 평소에 뉴스에 대해서 밥 먹고 담배 피우며 하던 얘기들을 인터넷상에서 풀어보면 어떨까?” 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됐다.  

-제작 인원은? 
팟캐스트별로 2명에서 5명이 출연한다. 진행자는 SBS 기자 또는 아나운서이고 각자 자기 부서 일 하다가 팟캐스트 있는 날만 모여서 방송을 한다. 물론 방송 아이템에 대해서는 단체 카톡방 등을 통해 평소에도 수시로 얘기를 나눈다. 녹음, 편집, 업로드 등에 직접 관여하는 제작인원은 대학생 인턴PD 2명이고, 부장급 1명이 이들과 함께 전체적인 일정을 조율한다.
 
이렇게 해서 매일 0시 <골라듣는 뉴스룸>에 요일별로 팟캐스트가 업로드된다. ◆일요일 북적북적(책 읽어주는 팟캐스트) ◆월요일 뽀얀거탑(의료) ◆화요일 축덕쑥덕(축구)과 오디오 취재파일 ◆수요일 의료상담, 법률상담(‘뽀얀거탑’과 ‘최종의견’의 과거 에피소드에서 재편집) ◆목요일 이건머니(경제) ◆금요일 최종의견(법조), 금요일 오후 책영사(문화) ◆토요일 심손의 척척척(대중문화 일반)이다. 최소 인원으로 최대 효율을 내고 있는 셈이다. 녹음은 대체로 정해진 일정이 있지만 출연진 사정에 따라 이리저리 조정한다. 

-매일 주제가 바뀌는데, 요일마다 찾는 독자층이 다른가.  
그렇게 느끼고 있다. 예를 들면 축구 팟캐스트 ‘축덕쑥덕’은 압도적으로 남성 시청자가 많다. 문화쪽 팟캐스트들은 아무래도 여성 청취자가 많다는 것을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통계나 댓글 반응 등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아이템 선정은 어떻게 하는가. 
각 팟캐스트별로 진행자와 출연자들이 상의해서 자유롭게 정한다. 팟캐스트 제작을 위한 편집회의 같은 건 따로 없다. 아무래도 그 주에 화제가 됐던 이슈들 중에 본인들이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은 주제를 다루게 된다. 해당 분야에 별 이슈가 없을때는 평소 다뤄보고 싶었던 주제들을 꺼내서 다루기도 한다.

-다른 뉴스시사분야 팟캐스트와의 차별점이 궁금하다. 
지상파 뉴스의 한계때문에 팟캐스트를 시작하게 됐지만, 역설적으로 지상파 뉴스를 통해 훈련된 사람들이 출연한다는 게 차별점인 것 같다. 한쪽으로 너무 치우친 얘기를 한다든지, 막말을 하지는 않으니까. 그런 점 때문에 골룸 팟캐스트를 찾아서 들어주시는 분들이 오히려 있는 것 같다

-청취자 호응이 가장 좋은 코너는? 
현재는 축구 팟캐스트 ‘축덕쑥덕’이 가장 높은 호응을 받고 있다. 축구 애호가들에게 잘 알려진 박문성 해설위원과 주시은 아나운서를 간판으로, SBS의 축구 담당 기자들과 대학생 인턴PD가 참여해 현장 취재진의 시각과 포털에 댓글 다는 열성팬, 그리고 이른바 ‘축알못’의 시각까지 담아내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주말 8뉴스 앵커이자 오랜기간 모닝와이드 ‘친절한 경제’를 진행했던 김범주 기자의 분석이 돋보이는 경제 팟캐스트 ‘이건머니’의 청취수가 높다. 책과 영화를 아우르는 팟캐스트 ‘책영사’는 성의있고 사려깊은 댓글이 많이 달린다. 출연자들과 청취자들의 상호 노력에 의해서 댓글 자체도 좋은 문화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다.  

-게스트 섭외 노하우는? 
팟캐스트 진행자들이 대개 20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기자들이라 본인들의 경력과 네트워크로 많은 부분을 해결한다. SBS라는 회사 이름도 섭외 과정에서 힘이 된다. 그리고 지금은 4년 넘게 쌓인 방송 이력 자체가 가장 큰 자산이 아닐까 생각한다. 게스트들도 지난 방송을 보면 아시니까. 

-타부서와 협업은 어떻게 이뤄지나.
직접적인 부서간 협업 사례가 많은 건 아니지만, 매번 방송 나가는 자체가 어찌 보면 협업의 결과물이다. SBS 보도본부는 워낙 부족한 인원으로 돌아가는 조직이라 팟캐스트 출연 기자들 대부분은 8시뉴스 취재-제작 부담도 같이 지고 있다. 8뉴스가 보도본부의 간판 프로그램이니 8뉴스 관련 업무와 팟캐스트 관련 업무가 겹치면 8뉴스를 우선할 수 밖에 없다. 그들의 소속부서에서 양해해 주지 않으면 ‘골라듣는 뉴스룸’ 팟캐스트는 녹음 자체가 어려워진다. 

-팟캐스트와 8뉴스가 밀접한 관계인데. 어떤 시너지가 나오나.  
팟캐스트가 8뉴스 발전에 도움을 주는 부분도 있다. 우선 팟캐스트를 하다보면 사람들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논점을 어떻게 정리하고 논의해야 할지 보다 감이 잘 잡히는 효과가 있다. 8뉴스에서 다뤘거나 다룰 예정인 토픽을 팟캐스트에서 한참 얘기하고 나면 후속기사의 각이 잡힌다든지, 새로운 아이템 기획이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또 기자들의 방송 훈련장으로 팟캐스트가 상당한 역할을 한다. '약속대련'에 가까운 TV출연과 달리 팟캐스트는 ‘무제한 자유대련’에 가깝기 때문에 팟캐스트에 자주 나온 기자들은 생방송 능력도 비약적으로 향상된다.  

-이용중인 플랫폼이 다양하다. 어떤 플랫폼이 가장 효과적인가.  
SBS 뉴스 홈페이지, 고릴라팟(SBS 라디오), 팟빵, 아이튠즈(애플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에 직접 업로드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튜브에 영상 버전 업로드를 시작했다. SBS 뉴미디어 유튜브 종일방송의 일환이기도 하다. 팟티, 캐스트박스, 구글 팟캐스트 등에도 골룸 팟캐스트가 올라가 있다. 공개된 RSS주소를 통해 우리 방송을 실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청취 수나 댓글 반응 등은 팟캐스트 플랫폼의 선두 주자인 팟빵 쪽이 아무래도 제일 눈에 띈다. SBS 뉴스 사이트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법률상담과 의료상담은 ‘검색가능한, 아카이브된 콘텐츠’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네이버 오디오클립의 통계 제공이나 지원 프로그램 등이 강화되고 있다. 

 

SBS 홈페이지 팟캐스트 코너. 클릭시 해당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SBS 홈페이지 팟캐스트 코너. 클릭시 해당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담당 PD가 자주 바뀌는 것 같다. 이유가 있나.  
골라듣는 뉴스룸이 처음 시작된 방식과 관계가 있다. 2015년 처음 시작할 당시 ‘스브스뉴스’ 대학생 인턴(6개월 기간제)들의 의견을 많이 참고했다. 기자들끼리만 모여서 얘기하면 이미 몸에 밴 지상파 뉴스의 형식과 느낌 외에 다른 것이 나오기 어려우니까. 당시 ‘골라듣는 뉴스룸’(줄여서 ‘골룸’)이라는 방송 보도국 답지 않은(?) 이름을 정한 것도 인턴들의 의견을 따른 것이었다. 그래서 편집 PD 역할도 스브스뉴스팀에 함께 있던 인턴들이 맡게 됐다. 그들로서는 방송 제작에 참여하는 경험을 할 수 있고, 팟캐스트에 참여하는 기자들은 대학생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물어봐 가면서 방송할 수 있어 서로에게 긍정적인 시스템이었다. 그러다가 그들의 후임 인턴들이 자연스럽게 PD 역할을 이어받게 된 게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앞서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매회 방송의 주제와 내용은 출연진이 정한다. PD는 사후 편집과 업로드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방송에서 함부로 말하지 않는 습성이 배어있는 방송기자들 중심의 팟캐스트라서, 사후 편집에서 들어내는 부분도 별로 없다. 이런 이원화 시스템은 일종의 ‘전통’ 같은 것으로, 대학생들에게는 좋은 인턴 일자리가 된다. 지난해부터는 인턴PD들에게 방송 출연 기회도 주고 있다. 여기서 인턴을 하고 나간 친구들이 졸업 후 원하는 일자리에 취직됐다는 소식을 들으면 매우 보람있고 기쁘다. .
   
-독자들의 피드백은 댓글을 통해서 이뤄지나. 
댓글로도 청취자 의견을 확인하지만 팟캐스트 플랫폼에 댓글을 다는 분들은 전체 청취자 중 극히 일부이기 때문에, 댓글 반응에만 매이지는 않으려고 노력한다. 출연진과 제작진의 주변 청취자들과 대화를 많이 나눔으로써 댓글로 보이지 않는 반응도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팟캐스트별로 단체 메일 주소를 만들어 매회 방송때마다 공지하기 때문에, 이메일로 의견이나 질문을 보내주시는 분들도 적지 않다. 

-아이디어를 얻고자 자주 방문하는 사이트는? 
미국의 유력 팟캐스트들이 역사도 길고, 팬 베이스도 두텁다. 국내 팟캐스트 시장의 유행만 쫓으려다 길을 잃지 않기 위해, 가끔씩 미국 NPR, APM 등 공영 라디오방송이 제작하는 팟캐스트를 듣는다. 차분한 톤으로도 할 얘기 다 하고, 제작 기법 면에서도 참고할 부분이 있다.

-앞으로 기획중인 코너나 만들어보고싶은 콘텐츠가 있나. 
5월 이후 야구 팟캐스트를 재런칭할 계획이 있다. 사건기자들의 팟캐스트 같은 것도 생각해보고 있는데, 사건기자들의 일정이 워낙 예측불가능해 방법을 고민하는 중이다.

-영상 전성 시대, 오디오 콘텐츠가 갖는 강점은 무엇인가.  
다른 일과 병행해서 들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듣다가 정지시켜놓고 다른 일 하다가 나중에 이어서 들어도 되고, 다운로드 받아뒀다가 편할 때 들을 수도 있다.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간에 속닥한 친밀감을 쌓아갈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비디오 콘텐츠에 비해 확실히 손이 덜 가기 때문에 보다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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