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2008년 KBS 사장 인사 조직적 개입 확인
이명박 정부, 2008년 KBS 사장 인사 조직적 개입 확인
  • 정지나 기자
  • 승인 2018.11.0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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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청와대가 정연주 KBS 사장을 몰아낸 뒤 신임 사장 선임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담긴 문건이 처음 나왔다. 당시 청와대 개입 의혹에 대한 관련자들의 증언은 있었지만 정부 문건이 확인된 것은 최초다. 

과거 KBS에서 일어난 불공정 보도와 부당 징계 등에 대한 진상 규명을 담당하고 있는 KBS 진실과미래위원회는 8일 "2008년 9월17일 시행된 인사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2008년 청와대 정무수석실, 대변인실, 국정조사 상황실 등에서 작성해 대통령에게 보고한 문건 18건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공개된 문건은 검찰이 지난 1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소유한 영포빌딩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확보됐다.

2008년 8월18일 정무수석실이 보고한 '주간동향 및 분석'에는 "이명박 대선후보의 언론특보였던 김인규씨를 KBS 사장에 임명할 경우 친정권 이미지가 강해 논란이 예상되고 국정운영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며 "한국방송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방송 전문가로 조직 장악력이 있는 비정파적 인사를 물색해야 한다"는 지침을 제시했다. 

8월25일 보고한 '주간 정국분석 및 전망' 문건은 사장 후보자 접수가 마감되기도 전에 청와대와 방송통신위원회, KBS 관계자가 사장 후보자들에 대한 사실상의 면접을 진행한 이른바 '8.17 대책회의'가 경향신문의 보도로 폭로된 뒤의 사내 반응과 대응방안을 담고 있다. 문건은 "한국방송 보도 태도를 보면, 정연주 사퇴 이후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튿날 KBS이사회는 이병순 전 KBS 뉴미디어본부장을 새 사장으로 선임했다.

진실과미래위원회는 "두 문건의 내용으로 볼 때 특정인 사장 선임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청와대가 기획했고 실제로 실행됐음이 확인된다"고 밝혔다. 특히 "김인규씨가 갑작스럽게 사장 응모 포기 성명을 발표한 이유로 청와대의 지시 내지 교감이 있었다고 추정을 가능케 한다"고 짚었다. 김인규씨는 이병순 전 사장이 전임자인 정연주 전 사장의 잔여 임기를 마친 2009년 11월 결국 KBS 사장이 됐다.

위원회는 또 이병순 전 사장 취임 뒤 단행된 보복 인사 의혹도 제기했다. 당시 인사발령자 95명 가운데 54.7%인 52명이 정연주 사장 해임에 반대하던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가입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원행동 대표였던 양승동PD(현 KBS 사장) 등은 비제작부서로 쫓겨났으며 탐사보도팀 기자 6명이 모두 타 부서로 전출됨에 따라 탐사보도팀은 실질적으로 해체됐다. 

위원회는 "인사 이후 탐사보도팀 해체 뿐 아니라 '미디어포커스'와 '시사투나잇'이 폐지됐으며 윤도현, 정관용, 진중권, 유창선 등 MC들이 대거 하차하는 블랙리스트 사태가 빚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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