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업 "우린 '일당백' 어벤져스… 스토리텔링으로 승부"
비즈업 "우린 '일당백' 어벤져스… 스토리텔링으로 승부"
  • 심지우 한국일보 웹뉴스팀 기자
  • 승인 2018.10.31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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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타☆] 유병온 비즈업 대표

몇 해 전부터 언론이 고민하던 '뉴미디어' 세상을 포털·언론사가 아닌 곳에서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미디어 스타트업의 '미래 STAR'들을 만나 미디어의 답을 찾아본다

 

언제부터였을까. 언론에서 나오는 기사들이 쓰레기 취급받기 시작하고, 그 기사를 쓰는 사람들은 기자가 아니라 '기레기'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사실 관계가 잘못된 기사를 쓴 기자에게 향한 것이었지만, 지금은 마음에 들지 않는 주제이거나 싫어하는 언론사의 기사에도 '기레기'라는 비난을 아무렇지 않게 던지기도 한다.

기자라는 직업이, 언론이라는 곳이 '사회에 꼭 필요하지만, 날로 먹으며 사회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존재가 될 수도 있음을 깨달았을 때 언론사를 뛰쳐나온 기자가 있다. 기존 언론의 관성을 깨고, '기레기' 소리 안 듣는 새로운 미디어 판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망 그 하나였다. 비즈업 유병온 대표 얘기다.

비즈업은 창업 시장을 주제로 영상·기사 콘텐츠를 제작하며 시작했다가, 최근 '아홉시'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일과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녹인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자체 홈페이지를 통한 유통이 아닌 포털과 유튜브 등 기존 플랫폼을 활용한다는 점이다. 유 대표에게 앞으로의 미디어에 대해 물었다.

유병온 비즈업 대표
유병온 비즈업 대표

-일단 왜 스타트업에 뛰어들었는지 궁금하다.
모든 기자들이 고통스러워하고 고민하는 부분인데, '기레기'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기자라는 직군이 폄하되는 상황이 가장 큰 동기였다. 한국에서 기자가 된 사람들 중에 돈을 많이 벌려고 기자를 선택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기자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하거나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등 공적 책임감을 많이 갖고 있는 집단이다. 그럼에도 기자가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언론 환경, 그것을 바꾸고 싶었다.

그러던 중에 언론사 국제부에 있는 동안 2주짜리 연수 프로그램을 가게 됐다. 1주일은 미국의 중간선거 취재, 나머지 1주일은 미국에서 불고 있는 뉴미디어 바람을 취재하는 것이었다. 버즈피드나 허핑턴포스트 같은 뉴미디어들이 기성 언론과 경쟁하고 있는 것이 놀라웠다. 그런 과정에서 "기존의 미디어 환경에서 벗어날 새로운 대안이 있을 수 있구나" 깨달았고, 사표를 냈다.

-비즈업은 어떤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나.
올해 3년차다. 비즈업은 창업시장을 주제로 영상 및 기사 콘텐츠를 제작하고, 포털을 통해 유통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러다가 '창업'이라는 한정된 타켓팅 전략이 유효하지 않다는 판단이 들어 '직업'이라는 넓은 범위로의 피버팅(pivoting, 사업의 방향을 다른 쪽으로 전환하는 것)을 했다.

-그렇게 '아홉시'를 론칭하게 된 것인가?
모두가 자신의 일을 하고 있으니 대중적으로는 확장성을 가질 수 있는 소재가 통할 것 같았다. '창업'이라는 주제 하나로는 매스미디어, 즉 대중을 상대로 한 미디어 업체로 크겠다는 처음 창립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창업 시장을 비롯해서 일 전반, 직업 전반으로 확장하면서 '아홉시'라는 브랜드를 내놓게 됐다.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일과 직업에 대한 동기부여를 해주는 내용으로 스토리텔링을 하고 있다. 아홉시는 일을 시작하는 시간, 가치를 만드는 시간을 뜻한다.

-대중적 반응이 좋은데, 환경의 변화가 나타났다.
아홉시를 론칭한 하루 뒤인가, 페이스북이 정책을 바꾸었다. 미디어들이 만든 콘텐츠의 도달율을 떨어뜨리고 친구들 글의 도달율을 높이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이건 뉴미디어 전체의 위기라고 생각한다. 근 3~4년 동안 포털 외에 기대고 있던 것이 유튜브, 페이스북 아닌가. 하나의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들인 노력에 비해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오게 되고, 뉴미디어 전체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됐다.

-다른 동영상 제작업체들 많다. 강점은 뭔가.
영상을 제작하고 편집하는 등의 테크닉적 요소를 잘 하는 업체는 많다. 그러나 우리는 매스미디어로서의 정체성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매스미디어로서의 역할을 하려면 우리 결에 맞춰 '스토리텔링'을 해야 한다. 광고주는 그냥 던져주고 '알아서 만들어 달라' 하는데, 우리는 기자 집단의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에 대중들이 가장 좋아하는 부분을 캐치해내고 그것에 기반한 스토리텔링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 강점이다.

-비즈업을 이끌어가는 멤버들이 궁금하다.
저까지 네 명이다. 완전 '일당백' 어벤져스다. 사실 이렇게 만들기까지 2년 반의 시간이 걸렸다. 언론사에서 인턴이던 친구가 둘, 그 친구들의 친구까지 해서 모두가 아마추어로 시작했다. 저 또한 경영은 처음이었고 친구들은 콘텐츠를 제작해 본 경험도 없었다. 그래서 일부러 어려운 도전을 많이 했다. 불가능할 것 같은 프로젝트를 먼저 받아온 뒤에, 그것을 해내는 식으로. 그렇게 2년 동안 반복해서 실력이 많이 늘었고, 이 네 명이서 어떻게 하면 최적의 결과물을 낼 수 있을까 고민하고 행동했다.

-주요 수익원은 어떻게 되나.
아홉시를 통해 광고주 마크가 함께 달린 '브랜디드 콘텐츠'가 있고, 철저히 마크도 없는 외주제작 이렇게 두 가지다. 기업에서도 매우 다양한 직군과 일이 있는데, 일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어떤 기업의 브랜딩을 잘 해낼 수 있다면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그간 자랑할 만한, 눈에 띄는 성과는.
최근에 현대카드, 기획재정부 등과 협업을 했다. 이 정도의 광고주를 유치하게 된 것은 우리 콘텐츠의 퀄리티를 인정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양적 성과는 미진할 수 있어도 질적 성과는 좋은 평가를 받았고, 좋은 광고주를 섭외할 수 있었다.

-홈페이지에 신경쓰지 않는 것이 특이하다.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유통하는 플랫폼을 아예 만들지 않겠다고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 언론사의 콘텐츠도 포털을 통해 소비한다.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홈페이지를 굳이 만들 필요가 있나 생각했다. 지금 당장 중요한 건 우리의 콘텐츠를 한 명이라도 더 보는 게 중요하다. 나중에는 자체 홈페이지를 만들어야겠지만, 체류시간을 늘릴 수 있는 기능이 있을 때 만들고 싶다. 콘텐츠를 소비하자마자 바로 나가버리는 페이지를 만들지 않겠다는 거다.

비즈업 홈페이지 화면. 콘텐츠를 볼 수 있는 플랫폼 링크만 되어있다.
비즈업 홈페이지 화면. 콘텐츠를 볼 수 있는 플랫폼 링크만 되어있다.

-미디어가 포털과 같은 플랫폼을 벗어나는 건 여전히 힘든 일일까?
어렵다고 본다. "포털에 의존하지 않겠다"며 생긴 뉴미디어들은 과연 독립적인 힘을 가지고 있을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포털이 아닌 페이스북과 유튜브로 의존의 대상이 바뀌었을 뿐이다. 언론사들이 포털의 변수에 흔들리는 것과 같이, 뉴미디어들도 플랫폼의 변화에 너무나 영향을 받고 있다. 유튜브는 경쟁자가 너무 많고, 영상 콘텐츠에는 들어가는 비용이 압도적으로 많다. 인풋에 비해 아웃풋이 높지 않다는 얘기다. 이제는 그 외의 수익모델을 마련하지 않으면 쉽지 않은 상황이다. 1인 미디어뿐 아니라 생각지도 않은 경쟁자까지 나타나고 있다.

-생각지도 못한 경쟁자라면 무엇을 말하는지.
광고주다. 광고주, 즉 기업이 스스로 미디어가 되고 있다. 옛날의 홍보팀은 기자들을 상대하거나 사보를 만드는 거였다. 지금은 대중을 상대로 한 레터를 발송한다. 대중이 읽을 법한 매거진을 내고, 직접 미디어의 역할을 한다. 극대화된 것이 CJ다. tvN이라고 하는 엄청난 매체를 통해 광고를 쓸 수 있고 기업 홍보도 한다. 삼성이나 현대카드도 뉴스룸이 있다. 이들도 마찬가지로 유튜브를 이용하면 되고, 영상 잘 하는 사람들 영입하면 된다. 미디어의 진짜 위기는 여기에 있을 수도 있다.

-앞으로의 미디어는 어떻게 해야 달라질까.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해야만 지금의 미디어 시장을 바꿀 수 있다. 대부분 기성 미디어는 상품을 만들어놓고 광고를 덕지덕지 붙이는 식으로밖에 가치 창출을 못 한다. 현재는 기자 등 크리에이터가 갖고 있는 스토리텔링 능력과 네트워킹을 활용하지 못한다. 천재적인 피카소들 모아놓고 '무조건 하루 10개 만들어내'라고만 한다.

첫째 제조업으로서 기본으로 돌아가 콘텐츠를 잘 만들어야 할 것이고, 둘째 이것들을 기반으로 한 부가가치를 생산해내야 한다. 앞으로의 미디어는 음악 시장이랑 비슷할 거다. 노래를 통해 콘서트를 하든, 굿즈를 팔든, 고급 잡지를 만들어내는 등의 부가가치. 콘텐츠 크리에이터들 스스로가 셀럽이 되거나, 콘텐츠가 셀럽이 돼서 여러가지 형태의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대안을 생각해내야 달라질 수 있다.

-비즈업의 최종 목표는.
독자에게 사랑받는 종합미디어를 만들고 싶다. '아홉시'를 잘 키워내서 '여섯시', '일곱시', '여덟시' 브랜드도 낼 수 있지 않겠나. 지금의 언론은 배고픈 소크라테스와 배부른 돼지 둘 중 하나다. 전 둘 다 하고 싶다.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돈은 잘 버는, 아직 멀었지만 언젠가 할 수 있지 않을까.

 

'미스타☆' 연재를 맡은 심지우 기자는 뉴미디어의 미래를 고민하던 중 콘텐츠 스타트업 탐험을 시작했다. 2010년엔가, '뉴스를 모으고 편집하는 조직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스티브 잡스의 말에 감명받아 온라인 뉴스편집의 세계에 입문했다. 앞으로도 편집으로 창조하는 모든 일을 하고 싶은 편집계의 병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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