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기자] 기사든 미팅이든 쾌도난마! 사이다같은 I기자
[내가 만난 기자] 기사든 미팅이든 쾌도난마! 사이다같은 I기자
  • 이형강 JTBC콘텐트허브 디지털사업본부 매체콘텐트 디렉터
  • 승인 2018.10.25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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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기자’가 주는 직업의 위압감은 대단했다. ‘기자’는 모든 불의에 맞서 싸우는 투사였으며, 경찰이나 공무원들도 두려워 하는 존재였다. 기자는 엄청나게 글을 잘 쓰며, 전문가보다 많이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어른이 된 내게 ‘기자’가 주는 이미지는 처참할 지경이다. 온갖 거짓정보들을 쏟아내곤 ‘아니면 말고’식의 보도. 게다가 ‘글’마저도 못 쓴다. 커뮤니티 덕후에게도 발리는(?) 지식을 가진 사람들.

나는 기자가 아니다. 보통 사람들보다 주위에 기자가 많을 뿐이다. 그래서, ‘기자’라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영웅도 아니지만 문제 덩어리도 아닌 기자들에 대해서.

 

사진=freepik.com
그래픽=freepik.com

 

온오프 통합
나는 기자라고 하면 방송보다 신문기자가 먼저 떠오르는 세대다. 그래서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말에 익숙하다. ‘마이크가 총보다 강하다’는 좀 이상하지 않나? 아무튼, 종이라는 전통 아날로그 디바이스에 익숙한 기자들은 싫든 좋든 만지지도 못하는 디지털을 해야 하는 현실이다. 그렇게 기자들이 디지털로 넘어온다. I는 그렇게 인지하게 됐다.
 
사진부터 시니컬한 I
누군지 모르니 인사발령을 보고나선 기사를 검색해 본다. 아이러니 하게도 보통 포털에서 검색을 한다. 첫 인상부터 ‘기자스럽다’. 흑백으로 – 종이에 인쇄하다 보니, 디지털용으로 컬러 사진을 쓸 수도 있으련만 – 본 I기자의 인상은 예민해 보였다. 뒷조사를 해 본다. ‘괜찮다’고 한다. ‘동료의식 때문일까?’ 글도 잘 쓴다고 하는데 기사만 봐서는 잘 모르겠다.
 
말수가 적은 그렇지만 명쾌한 I
직접 마주친 I는 사진과 비슷하면서 달랐다. 예민한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예민함을 상대방에게 풀어 내지는 않았다. 말 수가 적었다. 기자들은 보통 두 부류다. 말이 지나치게 많거나 말이 지나치게 없거나. I는 후자에 가까웠다. 하지만, 일을 같이 하기엔 둘 다 힘들다. 말이 많은 기자들은 듣다가 지치게 되고, 말이 없는 기자들은 결정을 하지 않아서 힘들다. I는 말수가 적지만 회의를 하면 결론을 내렸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결론. 호감으로 조금 돌아선다.
 
공감하지만 정리하지 못하는 현실
보기보다 괜찮은 기자 정도로 넘어가도 될 사람을 굳이 소개하는 이유는 메일 때문이다. 외부업체와의 미팅 후 결과물-기사를 읽어주는 음성파일-이 도착했다. 그런 느낌 다 가지고 있을 거다. 분명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는데 설명하기 어려운 결과물.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지도 않으면서, 그것보다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성을 상대방에게 왜곡없이 전달해야 하는 상황. 팀 미팅을 했다. 공통 의견이 모였다. 모두가 공감하지만 그 의견은 두루뭉술. 상대방이 잘 알아듣지 못할 터. 그때 결과물을 공유했던  I기자의 피드백이 도착했다.
 
명쾌한 분석 그리고 해법
두서없이 공감만 했던 문제를 I기자는 짧지만 명쾌하게 글로 풀어냈다. 머릿속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 문장을 인용해 본다.
“그래야 원고의 문제인지, 전달자의 문제인지 확인 가능할 듯”
사람들이 느꼈던 문제점이었다. 성우가 읽어주는 데 뭔가 모자라다는 느낌. 그 문제점을 바라보는 시각을 나눠서 설명해 줬다.
“뉴스를 ‘읽어’줄 것인지, ‘말해’줄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할 것… 전자면 전달력이 중요하고, 후자면 뉴스 이해력이 중요”
그리고, 가장 감동적(?)인 문장. 문제 제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점을 어떻게 접근해서 어떤 요소를 강조해야 할지를 정리해준 문장.

기사를 읽는 성우에 대해 ‘뭔가 이상하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이상하다’는 머릿속의 느낌을 I기자는 글로 풀어서 명쾌하게 정리해 준 것이다. 

나중에 I를 만나서도 이야기 했다. “전 (I가)기자인지 몰랐는데, 메일 보니까 기자 맞네요. 글 잘 쓰시던데요?” 기자에게 무례한 얘기를 했지만 I기자는 또 시니컬하게 웃고 넘긴다. 아니 이제 ‘쿨’하게 웃고 넘기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를 이해시키고 왜인지 설명해 주는 능력
메일 건 이후 급격히 I기자를 좋아하게 됐다. 이후 I의 기사를 보면 다른 기사들 보다 ‘명쾌함’이 더 눈에 띈다. 웹상에서 그리고 우라까이가 넘치는 디지털 기사에서 ‘문제제기’는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분노하게 만들고 미워하게 만드는 문제제기만 있지,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짧고 명확하게 글로(기사로) 풀어내는 기자는 별로 없다.
 
어떻게 I는 이런것이 가능할까? 천재라서? 똑똑함의 증빙인 것처럼 유명 대학을 나온 것은 사실이지만 ‘천재’같지는 않다. 단초를 I의 인스타그램에서 발견했다.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그 흔한 음식사진 없이 아주 가끔 그동안 읽은 여러권의 책이 올라온다. 무게감 있는 책들. 재미 없는 취미를 열심히도 한다. 그래서, 이 희귀한 기자를 나는 지금도 티나게 좋아하는데 I기자는 여전히 내게 쿨하게 대한다. 밥이나 좀 사지.... 

글을 보내고 난 후 오랜만에 I의 인스타그램에 글이 올랐다. ‘아… ‘인생 해장국’ 사진이라니….’ 완벽한 사람은 없다. 
 

글을 쓴 이형강 디렉터는 생계형직장인이다. 최근 신문업계에서 방송계로 모드전환 됐다. 핵심 업무는 뉴스 유통. 전 세계 미디어 종사자들의 난제인 미디어 생존 문제 해결에 모든 시간을 쏟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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