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어때] 국내도 유튜버에게 단독기사 주는 시대 올까
[여기어때] 국내도 유튜버에게 단독기사 주는 시대 올까
  • 장주영 JTBC 디지털뉴스룸 뉴스기획팀 과장
  • 승인 2018.09.10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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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론 머스크가 기자 대신 유튜버에게만 질문을 받았다

4개월여 전인, 지난 5월 2일. 전기차 테슬라의 대표이자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엘론 머스크가 애널리스트, 기자들과 컨퍼런스 콜(기업의 분기별 경영실적 발표)을 가졌다. 최근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테슬라 모델3의 생산 현황과 회사의 재무 상태에 대한 많은 질문들이 나왔다.

예를 들어 "테슬라의 주식 변동이 커서 문제가 되는 거 아니냐?"라는 질문에 머스크는 "그렇다면 테슬라 주식을 사지 말아라. 나는 단타 매매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전혀 관심 없다. 정말로 상관 안 한다. 우리 주식을 팔고, 제발 사지 말아 달라"라고 대답했다.

이렇게 몇 번 Q&A를 하다 이해도가 떨어지는 반복적인 질문만 계속 나오자 갑자기 "지겹고 멍청한 질문들!"이라며 질문을 끊어버렸다. 역시 마초남이다.

엘론 머스크 컨퍼런스 콜 녹취록 화면 캡처./클릭하면 해당 사이트로 넘어갑니다.
엘론 머스크 컨퍼런스 콜 녹취록 화면 캡처./클릭하면 해당 사이트로 넘어갑니다.

그는 기자들을 비판하며 말했다. "최근 발생한 테슬라의 자율주행차 사고와 관련한 잘못된 언론 보도가 운전자들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 보통의 차들도 운전하다가 사고가 난다. 자율주행차가 기존의 차보다 훨씬 안전하더라도 사고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기자들은 어쩌다 한번 난 사고를 크게 부풀려 전한다"

"기자들은 독자들이 오해를 살 소지가 있는 선동적인 제목을 쓴다. 정직하다는 기자들이 자율 주행을 일반 주행보다 덜 안전하다고 믿게끔 하는 기사를 쓰는 것은 매우 심각하게 무책임한 처사다. 나는 이런 사실들에 대해 굉장히 화가 났다“

이후 그는 애널리스트와 기자 대신 유튜버 갈릴레오 러셀(Galileo Russell)에게만 질문을 받기 시작했다. 러셀을 아는 사람은 희소할 거다. 러셀은 25세의 뉴욕 대학 졸업생이다. 현재 트위터 팔로워는 1000여 명, 유튜브 구독자도 1만여 명 정도의 업계 뉴비다. 그는 자신이 만든 유튜브 채널 Hyper Change TV를 통해 애널리스트 일을 하고 있는데 머스크에게 트윗을 보내 컨퍼런스 콜에 참여할 수 있냐고 물었고, 놀랍게도 머스크는 허락했다. 당시 그의 트위터 팔로워는 약 600명, 유튜브는 8천여 명 정도밖에 안된 뉴비였지만 머스크는 받아들인 거다.

25살의 유튜버 갈릴레오 러셀(Galileo Russell)./HyperChange TV
25살의 유튜버 갈릴레오 러셀(Galileo Russell)./HyperChange TV

유명 애널리스트와 기자들은 머스크에게 아무런 질문도 할 수 없었지만 유튜버 러셀은 머스크에게 20분간 12개의 질문을 했다. 머스크에 대한 이해도가 깊은 질문을 해서였을까, 머스크는 러셀에게 "흥미로운 질문을 해서 고맙다"라며 계속해서 칭찬했다.

질문을 못하게 된 기자들은 "머스크는 그가 답변하기 싫고 회사에 민감한 질문을 외면한 채 자신에게 우호적인 유튜버에게만 질문을 받아서 문제다" "20대를 선정한 이유는 자신의 쿨함과 회사의 이미지를 위해서다" 등의 날선 비판들을 했다. 일정 부분 공감하고 동의한다. 하지만 이 현상을 보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된 사실이 있다. 지금은 애널리스트, 기자 등 전통 레거시의 권위가 해체되고 유튜버, 페북 스타 등 인플루언서로 무게중심이 이동되는 전환기라는 사실이다.

유튜버 갈리와 엘론 머스크가 주고받은 트윗./트위터 화면 캡처
유튜버 갈리와 엘론 머스크가 주고받은 트윗./트위터 화면 캡처

못 믿겠다면 테슬라의 컨퍼런스 콜 다음날 열린 LG전자의 G7 ThinQ 행사를 예를 들어 보자. 기자들이 쓴 기사보다 유튜버들을 초대해 만든 영상의 인게이지먼트와 리텐션이 훨씬 높았다. 해외는 말할 것도 없다. 구독자가 600만 명이 넘는 미국의 IT 유튜버 마르케스 브라운리(Marques Brownlee)가 올린 G7 ThinQ의 조회수는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110만이 넘었다.

사용자들에게 미치는 그의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에 구글의 CEO 순다 피차이나 애플의 부사장 크레이그 페데리기가 직접 그의 영상에 출연한다. 글로벌 기업들도 신제품이 나오면 그가 언급해주길 바라며 상당한 금액을 주고 줄을 서서 리뷰를 요청한다. 깊이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신뢰하는 매체가 됐기 때문이다. 

유튜버 마르케스가 만든 G7영상은 하루만에 11만 명이 넘게 볼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하다./마르케스 브라운리 유튜브 캡처.
유튜버 마르케스가 만든 G7영상은 하루만에 11만 명이 넘게 볼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하다./마르케스 브라운리 유튜브 캡처.
G7 ThinQ 관련 기사들. 판에 박힌 듯 거의 엇비슷한 기사들. 보도자료를 베껴 썼기에 변별력이 없다. 현장에 가지도 않고 쓴 기사들도 다수 보인다./네이버 화면 캡처.
G7 ThinQ 관련 기사들. 판에 박힌 듯 거의 엇비슷한 기사들. 보도자료를 베껴 썼기에 변별력이 없다. 현장에 가지도 않고 쓴 기사들도 다수 보인다. 현장에 가서 썼다는 리뷰기사도 읽어보면 보도자료 이상의 내용이 없다./네이버 화면 캡처.

3개월 후인 지난 8월 17일, 유튜버 마르케스 브라운리는 엘론 머스크와의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2만5000달러(한화 약 2798만 원) 수준의 전기차를 3년 안에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새로운 정보와 다양한 얘기들이 오갔다. 메이저 레거시 매체들은 유튜브 영상을 보고 기사들을 받아쓰느라 정신이 없었다. 왜 엘론 머스크는 유튜버 마르케스에게만 특권을 줬을까? 조금만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독자들이 신뢰하는 미디어이기 때문이다.

<엘론 머스크를 단독 인터뷰하고 있는 유튜버 마르케스 브라운리>

기업이 기자보다 유튜버들에게 무게중심을 이동하는 현상은 한국까지 확산됐다. 가장 변화가 빠른 IT, 테크 분야를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작년부터 한국의 IT 유튜버들도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들이 올린 영상도 조회수가 몇만 단위를 훌쩍 넘으니 기업에서 먼저 그들을 챙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그들의 말을 신뢰하고 제품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이와 비교해 언론사 IT나 테크 담당 기자들이 쓴 기사는 어떤가. 제품에 대해 써보지도 않고 보도자료만 받아 복붙해서 쓰는 기사는 변별력이 없다. 한두 번 리뷰 기사를 썼다 하더라도 매번 새로운 제품을 리뷰하고 영상을 만들면서 비교해보는 유튜버들과 기자의 비교는 마치 어른과 아이와 같다. 

최근에 나온 갤럭시노트9을 예로 들어보자. 기자는 어쩌다 갤럭시노트9을 삼성에서 하루 이틀 빌리거나 체험매장에 가서 몇 시간 만져본 뒤 리뷰 기사를 쓸 수 있다. 이해는 된다. 회사에서 빨리 쓰라고 하니까. 하지만 유튜버들은 갤럭시노트9을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다른 갤럭시노트 시리즈나 아이폰과 샤오미 등과 찬찬히 비교해보며 직접 보여주고 설명한다. 자신이 자주 만지고 사용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부담도 없다. 누구의 설명이 더 깊고 풍부하겠는가.

유튜버들의 갤럭시노트9 리뷰 영상들. 기자들보다 더 영향력이 크고, 사람들은 신뢰한다./유튜브 캡처
유튜버들의 갤럭시노트9 리뷰 영상들. 기자들보다 더 영향력이 크고, 사람들은 신뢰한다./유튜브 캡처

유튜버들과 기자 사이의 지식과 경험의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벌어진다. 똑똑한 독자들은 이 차이를 귀신같이 안다. 간혹 기자들이 회사에서 시켜서 (or 자발적으로) 텍스트를 벗어나 영상을 만들기도 하지만 안 하느니만 못한 정도다. 영상의 퀄러티가 보기 민망한 중학생 수준이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안다. 어떤 콘텐트가 더 깊이 있고 공감이 가는지. 초창기 유튜버들의 장점은 친근감과 편안함 정도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전문성까지 갖춰가고 있다. 언론사와 기자들이 변하지 않는다면 기업의 공식적인 발표 자리에서 무시당하고 외면당한 이번 일이 한국에서도 몇 년 안에 일어날 수 있다. 

유튜버들은 좋아서 공부하고 콘텐트를 만든다. 기자들도 좋아서 공부하고 콘텐트(기사)를 만들어야 한다. 그게 맞지 않으면 그만두거나 직종을 변경해야 한다. 안 맞는 옷을 입고 있으면 본인만 스트레스 받고 힘들다. 디지털은 투명하고 콘텐트로 승부하는 시대다.

과거에는 변하지 않고 그럭저럭 일해도 먹고 살 수 있었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변하지 않으면 독자들에게 버림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에 내던져졌다. 이미 판은 급격히 기울고 있다.

판은 기울고 있지만 언론사와 기자들이 함께 노력한다면 기회도 있다.

첫 번째, 한국에서 기자들은 유튜버들에 비해 매체 섭외력과 영향력이 조금은 남아 있다. 이를 활용하는 거다. 유튜버들이 쉽게 섭외하거나 접근하기 힘든 인물과의 대담이나 현장을 세련된 영상으로 제작하고 이를 기사화하는 전략이다.

첨언하자면 언론사에서 기자가 등장하는 설명형 영상(Explanation)이라면 유튜버스러운(1인 미디어 형식의) 제작 방식을 답습하면 안 된다. 많은 언론사에서 스낵커블한 스타일을 따라 콘텐트를 만드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 신뢰를 줘야 하는 언론사는 콘텐트 하나를 만들더라도 고퀄러티의 세련된 결과물, 효율적 공정 방식을 추구해야 한다.

고퀄러티는 해상도만 높이라는 말이 아니다. 디자인과 구성, 캐릭터 등 다양한 측면을 모두 포함한 말이다. 크리에이터들과는 포지셔닝이 달라야 한다.

고퀄러티는 마음만 먹는다고 뚝딱 나오지 않는다.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인력은 99% 회사 내부에 없기에 외부의 전문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CNN 등이 그랬다. 뉴욕타임스 2020 보고서에도 나온다.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외부의 탑 전문기자들을 영입하는데 적극적이어야 한다.

내부 구성원들은 변화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안다 해도 따라갈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비주얼 저널리스트, 그래픽 에디터, 스토리텔러 등이 가장 우선적인 영입 대상이라고 말한다. 이들을 통해 전통 신문 패러다임에 안주하고 있는 내부 구성원들을 깨우고 회사가 뉴미디어에 맞게 체질이 개선될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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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구현하기 위해 인력과 자본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경영진 차원에서 필요하다. 덧붙여 영상은 다른 사람들이 쓴 기사에 한두 가지 코멘트만 첨가해 손쉽게 혼자 뚝딱뚝딱하며 찍어냈던 방식과 작업 공정이 전혀 다르다는 인식을 오너나 간부들이 마음에 아로새겨야 한다. 물론 이해도가 떨어지는 보수적인 언론사 집단에서 쉽지 않겠지만... 더 말하자면 길어지니 중략한다.
 
두 번째, 하드웨어와 공간이 있는 언론사에서 독자들과의 만남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이에 관한 기사를 쓰는 등 관계를 형성한다. 밖으로 잘 나오지 않고 집에서만 활동하는 유튜버들보다 적극적으로 독자들과 네트워킹 할 수 있는 하드웨어가 있는 환경을 잘 활용하는 거다.
자신의 이름을 누군가가 알아주고 라포(rapport)가 생기면 관계가 형성된다. 로열 오디언스 50명만 초기에 구축해놓으면 양적으로 확장하기도 쉽다. 물론 기저에는 기자들이 전문지식 함양을 위해 날마다 해외 소식을 지속적으로 팔로업하고 관련 네트워킹과 공부를 끊임없이 하는 작업이 깔려있어야 한다. 

공부를 위해서는 한국의 기사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외국 사이트를 직접 읽는 게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미디어 관련 한국 기사는 해외 매체가 취재한 기사를 맥락도 이해하지 못하고 부분적으로 번역하거나, 원문도 읽어보지 않고 단순히 연합뉴스 발 기사를 베껴 쓰는 수준 낮은 저질 기사들이 범람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해외 미디어 관련 소식을 팔로업하는 대표적인 매체들은 아래와 같다.

1) https://digiday.com
2) https://www.cordcuttersnews.com
3) https://www.mobilemarketer.com
4) https://techcrunch.com
5) https://www.cjr.org
6) https://towcenter.org
7) https://www.poynter.org
8) https://www.baekdal.com

물론 해외 매체들의 기사만 팔로업한다고 다가 아니다. 외국과 우리나라의 상황은 다르기 때문에 파편화된 정보를 바탕으로 나의 회사, 나의 상황에 맞는 퍼즐을 맞춰 지식의 빅뱅을 통한 인사이트를 도출해내야 한다. 

급격히 기운 판에서 의미 있는 소리를 낼 수 있는 기자와 언론사들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변해야 한다. 변하지 않으면 현장을 가도 20대 젊은 유튜버들에게 밀려 취재원에게 질문도 못할 날이 곧 다가온다. 루비콘 강을 건너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 우리는 지금 그 강 앞에 서 있다.

장주영 과장은 콘텐트, 저널리즘, 청년, 리터러시에 관심이 많다. 백 마디 말보다 한번 실행이 낫다고 생각하며 직접 행동한다. 고민했던 이론이 맞는지 스스로 검증하며 실험을 해보기 위해 짱기자 페이스북 페이지The School of News를 취미로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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